유잼(Yes-Jam)의 도시, 대전의 역설적인 매력

 

언제부턴가 대전은 ‘노잼(No-jam) 도시’라는 별명을 훈장처럼 달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자극적인 유흥가도 없고, 가파른 절벽이나 거대한 바다 같은 압도적인 천혜의 절경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붙여진 이름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전의 품속에서 시간을 보낸 이들은 압니다. 이 도시가 사실은 얼마나 세련되게 재미있으며, 그 재미가 얼마나 은근하고 중독적인지를 말입니다.

대전이 ‘유잼’인 이유는 왁자지껄한 소란함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취향의 깊이’**와 **‘예상치 못한 조화’**에 있습니다.


성심당, 밀가루가 빚어낸 거대한 축제

대전의 재미를 논할 때 성심당을 빼놓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성심당은 단순히 빵을 파는 곳을 넘어선 하나의 ‘문화적 테마파크’입니다. 대전역에 내리자마자 튀김소보로 봉투를 들고 이동하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는 것부터가 대전 여행의 시작이자 즐거운 볼거리입니다.

은행동 본점을 중심으로 펼쳐진 성심당 거리를 걷다 보면, 빵 하나에 진심인 도시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수십 가지의 빵들이 내뿜는 고소한 향기, 그 안에서 보물찾기하듯 자신만의 인생 빵을 골라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짜릿한 유희입니다.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빵 봉투를 들고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는 것, 그리고 대전 시민들이 타지 친구에게 “성심당 가봤어?”라고 자랑스럽게 묻는 자부심 섞인 참견은 대전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재미입니다.


과학의 낭만, 미래를 걷는 기분

대전의 또 다른 재미는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풍경에 있습니다. 대덕연구단지와 카이스트(KAIST)가 자리한 유성구 일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스마트한’ 공기가 흐르는 곳입니다.

엑스포 과학공원의 한빛탑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1993년의 순수했던 미래에 대한 동경과 2020년대의 첨단 기술이 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도심 한복판에 우뚝 솟은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에서 쇼핑을 즐기다가도, 고개를 돌리면 국립중앙과학관의 거대한 공룡 모형과 로봇들을 만날 수 있는 도시는 흔치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공부’가 아닌 ‘놀이’로서의 과학을 만납니다. 엑스포 다리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 버스킹 공연을 즐기며, 우주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대전의 밤은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낭만적이고 현대적입니다. 이것은 자극적인 쾌락과는 결이 다른, 지적이고 세련된 즐거움입니다.


중독적인 맛의 변주, 칼국수와 두루치기

대전을 ‘밀가루의 도시’라고 부르는 데는 성심당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골목마다 숨어있는 칼국수와 두루치기 맛집들입니다. 대전의 재미는 이 평범해 보이는 메뉴들의 ‘비범한 변주’에서 폭발합니다.

들깨가 듬뿍 들어가 고소한 칼국수, 쑥갓을 산처럼 쌓아주는 얼큰한 공주칼국수, 해물이 가득한 물총칼국수까지. 집집마다 다른 육수의 깊이를 비교하며 ‘나만의 단골집’을 찾아내는 과정은 미식가들에게는 최고의 놀이터가 됩니다. 여기에 매콤한 두부두루치기 양념에 칼국수 사리를 비벼 먹는 순간, 왜 대전 사람들이 이 담백하면서도 화끈한 맛에 열광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화려한 수식어 없이도 오직 ‘맛’ 하나로 승부하는 이 정직한 골목 식당들을 탐방하는 것은 대전 여행의 가장 큰 묘미입니다.


자연과 도심의 완벽한 ’15분’

마지막으로 대전이 재미있는 이유는 **‘균형의 마법’**에 있습니다. 대전은 도심 어디에서든 15분만 벗어나면 완전히 다른 풍경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도시입니다.

낮에는 둔산동의 세련된 빌딩 숲에서 도시의 활기를 즐기다가, 해 질 녘이면 갑천변에 앉아 노을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맥주 한 잔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주말이면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며 흙의 질감을 느끼고, 대청호의 카페에 앉아 호수 멍(물멍)을 때리는 여유를 누립니다.

이러한 ‘전환의 속도’가 대전을 재미있게 만듭니다. 지루할 틈 없이 도시와 자연, 바쁨과 쉼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전의 재미는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조용히 스며들어 있다가 어느 순간 “아, 참 좋다”라고 혼잣말을 내뱉게 만드는 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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